W show
date : 2017
group exhibition
seoul museum of art (SeMA)
artists : yeounjoo park, small studio semi, euddeum yang,
sera young, texture on texture, eunjoo hong and
ninety one korean women graphic designers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는 ‘여성’과 ‘그래픽 디자인’에 관한 전시이다. 지난 삼십 여 년 간 중요한 성취를 거둔 여성 디자이너의 작업을 되돌아보고, 성취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여성 디자이너의 활동을 재조명한다. 기록과 논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디자인에서, 여성 디자이너의 업적은 남성 중심 역사 접근에 밀려 더욱 소홀히 다루어지는 편이다. 기업과 학교 등 모든 사회 영역에서 여성 디자이너가 일정 한도 이상으로 경력을 발전시키지 못하는 현실도 그들의 작업을 익명에 머물게 하는 요인이 되곤 한다. 소수 여성 디자이너의 업적은 일종의 ‘예외’로서 주변적 위상 만을 인정받는 경향도 있다. 이 전시는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에 널리 퍼진 남성 중심적 시각과 서사에서 벗어나, 여성 디자이너의 존재와 활동을 인정하고 기념하며 기록하려는 노력의 새로운 시작이다. 여성지 《이브》를 편집하고 디자인한 이나미와 생활인문잡지 《웨이》를 디자인한 서희선. 담배 거북선을 브랜딩한 이정숙과 소주 참이슬을 브랜딩한 손혜원, 기저귀 하기스를 브랜딩한 윤정일. 글자를 연구하고 만드는 노민지와 노은유, 류양희, 이정명. 알마북스를 운영하는 안지미와 동신사를 운영하는 김동신. 백과전서 도판집을 디자인한 박이랑과 타이포그래피 사전을 디자인한 김승은. 문학과지성사 셰익스피어 전집을 디자인한 박연주와 민음사 셰익스피어 전집을 디자인한 유지원. 《727 나우!》로 행동한 김은희와 《2016 파일드-타임라인 어드벤처》로 행동한 신인아를 위시한 아흔한 명의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가 한국 그래픽 디자인사에 남긴 주요 업적을 망라한다.

무대 중앙에서 무대 뒤까지를 훑으며 눈에 보이는 점을 하나하나 수집하는 방식으로 구성한 이 리스트는 여전히 거칠고 듬성한 미완성 체계이다. 포함되지 않은 인물도 많고, 작품 선정 기준도 철저히 객관적이지는 않다. 그뿐만 아니라 시각적 결과물을 중심으로 수집한 목록이다 보니, 후학 양성에 힘쓰는 교육자, 디자인 토론 문화를 이끄는 연구자와 저술가, 그리고 디자인 협업에 참여하는 여러 분야 전문가의 중요한 공헌은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이 리스트는 어떤 폐쇄적인 ‘명예의 전당’이 아니라 꾸준히 갱신되고 반박되어야 하는 제안이다. 목록을 읽는 순서와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지만, 전시장 안팎에는 아카이브 관람을 안내하는 장치들이 설치된다. 박연주는 전시장 방문을 청하며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만한) 관람의 태도를 제안한다. 텍스처 온 텍스처는 무형의 리스트를 사진으로 구현하여 공간에 설치한다. 양으뜸은 85점 작품의 확장된 캡션을 설치해 작품 이면을 살핀다. 홍은주는 목록을 재배열해 드러나는 경향을 찾고, 유혜미는 디자이너들의 이름을 소리내 부른다. 또 전시장 한편에는 ‘우! 스쿨’이 아카이브를 읽는 관점으로 페미니즘을 추천한다. 이렇게 새로이 마련한 해석의 장치는 한국 여성 디자이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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